남아 지키는 자의 의지

COMMUNITY/PROFILE2025. 4. 25. 01:38


Dancing bears, painted wings

Things I almost remember

And a song someone sings

Once upon a December...


[ 떠나지 못한 자의 신념 ]

두려움은 양심이 죄에 내는 세금이랍니다.
그러니까 세금은 제때 내시는 거 잊지 마시고요.


"감라도 파출소 소속, 경위 정하진입니다."

예. 큰 일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있어도 남아 있을 겁니다.
네, 걱정하지 마시고요—.


외관

정하진은 단정한 얼굴을 지녔다.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이 빗어 넘긴 짧은 머리카락은 늘 제자리에 있고, 단추를 단단히 채운 셔츠며 매무새 바르게 맨 넥타이는 그녀의 성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경찰 제복은 몸에 잘 맞고, 검은 재킷을 어깨에 걸친 채 무심하게 걸어 다니는 모습엔 이상한 위엄이 감돈다. 누가 봐도 경찰, 누가 봐도 책임을 지는 사람—.

차가운 눈매는 언제나 무언가를 꿰뚫고 있는 듯하고, 단단히 다문 입술은 그녀의 말수를 대신해 준다. 말없이 총을 꺼내드는 손은 망설이지 않고, 섬 안의 어지러운 일들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허투루 힘을 주지 않아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사람.
정하진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다.
그녀가 이 섬을 지키고 있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을 만큼.





인적사항



정하진은 본질적으로 무던한 사람이다.

쉽게 웃지도, 쉽게 화내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입장을 보이는 쪽이다. 하지만 조용하다고 해서 무른 사람은 아니다. 그녀의 침묵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통찰이 숨어 있다. 사람을 오래 지켜보는 데 익숙하고, 섣불리 판단하기보단 끝까지 두고 보는 신중함이 있다.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서울이라는 외부 세계를 잠시 스쳐갈 뻔한 경험이 있음에도, 그녀는 돌아왔다. 누군가는 이 섬을 지켜야 한다고, 자기는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 믿는다. 떠나는 것이 용기일 수도 있지만, 남는 것 또한 하나의 신념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다. 감라도는 그녀의 삶의 터전이자, 무너질 수도 있는 작은 세계다. 그래서 그녀는 떠나지 않고, 대신 바라보고 지키는 것을 택했다.

정하진은 ‘정의’를 믿는다. 그것이 반드시 법을 따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규칙을 거스를지라도, 누군가를 위한 선택이 더 옳다고 느끼면 그녀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이중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법을 집행하는 경찰이면서도, 때로는 그 법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모순조차 그녀는 받아들이고 있다. 완벽한 정의는 없고, 자신은 그저 그에 가까워지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녀는 선을 쉽게 넘지 않는다. 다정한 척하지도 않고, 냉정하게 밀어내지도 않는다. 신념이 같은 사람에겐 속을 조금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경계심 속에서 천천히 마음을 내비친다. 반면, 자신의 신념과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을 만나면 냉정하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그들이 어떤 과거를 가졌든 일단은 행동으로 판단한다.

그녀는 말보다 조용한 고집으로 버티는 사람이다.

누구보다 먼저 무너지기 쉬운 위치에 있지만, 누구보다도 오래 그 자리를 지키고 싶은 사람.
정하진은 그런 사람이다.

정하진은 일상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다. 마을을 도는 순찰 코스도, 마을 회관 옆 벤치에서 마시는 미지근한 커피도, 새벽마다 들리는 파도 소리도 그녀에겐 너무 익숙하다.

그러나  그녀는 늘 어떤 '패턴'에 민감하다.

신발 끈을 두 번 묶는 습관이라든가, 누군가가 일정한 시간에 문을 나서지 않았을 때 느끼는 위화감 같은 것.
그녀는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정하진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시간은 비가 오는 날, 바닷가에 나가 고요히 서 있는 시간이다. 고기잡이 냄새는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는 그 냄새가 나면 어딘가 답답해진다고—.

정하진은 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을 행사에서 모두가 억지로 따라주면, 잔을 들고 있다가 끝까지 마시지 않은 채 그대로 내려놓는다. 강한 향이 나는 것들을 싫어하는 편이고, 대신 담백한 국수나 삶은 달걀 같은 음식을 좋아한다. 꾸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릴 적 어머니가 사주었던 작은 은반지 하나는 늘 손에 끼고 다닌다.

정하진은 겉으로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또 오래도록 지켜보는 사람이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되는데.